Together Cats

'길고양이'가 "동네고양이"로 공존하기까지.

다섯 마리 아기 고양이들

[1편] 사실, 다섯 마리가 아니라 일곱 마리였어요.

하기_하루를 기록하다 2020. 10. 25. 18:25

 동네 고양이 나무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1세대 아이들을 한 달이 조금 지나서야 사람들에게로 데리고 나왔다. 동네 주민분들이 아기를 만지더라도 하악질을 하거나 칼 방망이를 날리지 않았다. 동네 주민분들도 아기 고양이들이 태어나 개체수를 늘려놨다고 나무에게 핀잔하지 않고, 마냥 이뻐해 주셨다. 그렇게 1세대 아기들도 사람들에게 일찍 보여주더니 2세대 아기들은 더 일찍 보여주었다.

20년 5월 29일 나무 1세대 아이들 / 이름도 없이 사라진 아이들.

 2세대 아기들은 2020년 8월 23일에 태어났다. 그렇게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건. 나무에게 관심이 있으셨던 동네 아저씨 한 분께서, "어제 담배 피우러 나왔을 때, 배부른 어미 고양이가 저기 밑에 들어가길래 이제 조금 쉬러 들어가는구나 싶었거든. 근데 오늘 낮에 담배 피우러 다시 나오니까 배가 홀쭉해져 있더라! 어제 새벽에 들어갔으니까, 새벽부터 새끼들 낳고 아침이 되니까 밥 먹으러 나왔나 봐."라고 하셨다. 1세대 아기들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낳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언제 낳았는지, 어디서 낳았는지 찾기 힘들었다. 몇 번이고 쫓아갔지만 끝끝내 고양이답게 사라져 버린 나무였기에. 어련히 알아서 잘 데리고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데리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2세대 아기들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낳을 줄이야.

 2세대 아기들이 어디에서 낳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굳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어미인 나무가 새끼들이 위험하다고 느껴, 이소 할까 봐. 나무가 아기를 낳은 곳 100m 이내에 간이 급식소가 있어, 밥은 항상 있고 고양이들이 있는 곳이기에 간식을 주러 오시는 분들도 많다. 스트레스를 줘서 괜히 이소 하는 거 보다는 간이 급식소 근처에서 밥을 먹으며,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끼들을 보살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기를 낳았구나' 하고 말았다.

길이는 길지만 폭이 좁은 박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1세대랑은 다르게 2세대 아기들은 훨씬 일찍 사람들에게로 데리고 나왔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자전거 보관함에 마련된 박스에서 삐약삐약 하는 소리가 미약하게나마 들렸다. 밥을 주러 갈 때마다 삐약거려서 아기들이 보고 싶었다. 궁금도 했지만 참았다.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생각으로 나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아기들이 어미를 찾으러 나오려고 빼꼼했지만 이내, 나무는 나오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대며 비좁은 박스 안(위의 사진)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아기 고양이들을 보지 못했다. 실패했다. 조금 더 크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갔다.

 며칠을 실패하고, 삐약삐약 하는 소리에 "어디 한번 볼까"하며 나무가 밥에 집중하는 틈을 타서 박스에 불을 켜서 보았다. 옹기종기 모여서 자고 있었다.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이다' 하고는 보고 있었는데, 아기 고양이들 중 한 녀석이 눈이 부신지 눈을 게슴츠레 뜨길래 잠을 방해한 건가 싶어서 바로 불을 껐다. 잠깐이었지만 귀여움이 몽글몽글 다가왔다. 다음 날, 아침. 동네 베테랑 집사님께서 나무 아기들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박스 안에서 안 나왔던 녀석들인데, 아직까지도 배신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보내주신 사진이 너무 귀여워서 이내 마음은 녹아내렸다. 늦은 저녁, 좁은 박스에서만 봐서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동네 베테랑 집사님께서는 아기는 총 일곱 마리이고 일곱 마리 중에 곰팡이성 피부염을 갖고 있는 아이도 있고 눈곱으로 눈을 못 뜨는 아이도 있다고 하시며 사진을 보내주셨다.

나무 2세대 / 옹기종기 모여있는 7마리 #모든게_신기한 #1개월_아기고양이 #아기고양이
동네 베테랑 집사님께서 보내주신 아기 고양이들의 건강상태

 그 날 저녁, 오늘은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가보았다. 나무네 1세대 아기들이 썼던 고양이집에서 모여서 자고 있었다. 역시 새끼 고양이들이어서 그런가. 잘 자는 거 같다. 이내 한 마리가 기지개를 켰지만, 집안에서 빤히 쳐다만 봤다. 곰팡이성 피부병을 앓고 있다는 말이 떠올라, 휴대폰 불을 약하게 비춰 자세히 들여다보니 발에 구멍이 여러 개 있었다. 엄청 가렵고 잘 낫지 않는다는 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그마한 녀석들이 얼마나 고생일까 하는 마음에 고양이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는 고양이와 같이 사는 친구에게 이야기를 해보았다. 마침, 동물병원에 검진을 하러 가니 대신 약을 타 주겠다고 했고, 다음날 바로 약을 가져다주었다. 약을 받은 날인 9월 25일부터 하루에 한 번, 곰팡이성 피부염 약을 먹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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