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동네에서 고양이를 마주친 장소에는 누군가 만들어 주신 상자 집이 있었다. 그 상자 집 위에 노란색과 흰색이 섞인 고양이(동네 고양이, 깡)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좀 모이는 장소인가 싶어서 상자 집 쪽으로 많이 다녔었다. 지나가다가 고양이들을 만나면 종이컵에 사료를 줬었다. 커피가 묻은 종이컵은 쓰기 찝찝해서 물만 마셨던 종이컵을 한 3~4cm 정도 밑에 남기고 위에 잘라서 썼다. 고양이가 얼마나 먹는지 몰라서 조금씩 3번 줬지만 적은 양이 아니었을까. 안 그래도 작은 종이컵에 개수를 셀 수 있을 정도의 사료를 담아줬으니, 정말로 간에 기별도 안 갈 양이 아닌가. 그래서 먹고 나면 더 달라고 나를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울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미안해. 나도 고양이 밥을 줘 본 건 처음이라서 몰랐어.
어느 한 날,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곳에 햇반이 놓여 있길래 '저거다!' 싶었다. 누군가 집도 만들어주시고 밥도 주셨지만 어떻게 드리는지 몰라서 한 번 쓰고 버릴 종이컵을 한 번 더 쓰고 버리자는 나름의 취지에서 종이컵을 썼는데! 오홍, 햇반이라니! 그 이후로 아파트 분리수거함에서 밥그릇으로 쓸 햇반을 줍줍 한 뒤 씻어서 줬다. 햇반을 구하기가 어려웠을 때에는 김 먹고 버리는 사각 플라스틱에도 밥을 준 적이 있다. 그냥 사료를 담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줬지만, 김 먹은 사각 플라스틱에는 주지 않는 게 좋다. 밥을 놓고 심부름을 갔다 오니, 이게 뭔가. 민달팽이와 개미가 득실득실했다. 아무래도 김에 발려있던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왔나 보다.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하던 하늘이의 표정을 사진으로 안 남겨놓은 게 아쉬울 정도로 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물을 담은 그릇에다가 사료를 담은 그릇을 올려놓으면 개미들이 못 올라온다는 글을 보고 곧장 따라 했지만, 개미 쫓으려고 놓인 물을 고양이들이 마시는 걸 보았다. 얼마나 웃겼던지. 개미들 올라오지 말라고 해놓은 방법인데 고양이들이 마셔서 개미들이 올라올 수 있었던 건가 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 방법을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바꾸고도 계속했지만 효과가 너무 없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뒀다.
매번 쓰레기 통에서 빈 햇반 그릇을 찾을 수도 없고, 김 먹고 남은 플라스틱의 참기름이 문제인가 싶기도 해서 그릇을 바꾸어 주었다. 집 근처 다이소에서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샀다. 플라스틱 밥그릇은 고양이들의 턱드름을 유발한다는 글도 봤고, 사기그릇이 제일 좋다고 하던데 늘 들고 다니기에 무겁지 않을까 해서 스테인리스 재질의 그릇을 샀다. 하지만, 그 그릇도 생각해보면 너무 얕아서 사료가 얼마 들어가지 못했는데 종이컵보다는 크니까 많이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사료 한 세줌 정도 들어갔는데, 급식소 밥그릇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양이다. 그런 스테인리스 재질의 그릇으로 밥을 꽤 오랫동안 줬다. 가볍고 공간도 덜 차지하고, 일단 재사용이 가능한 밥그릇이니 씻어서 보관하는 거 이 외에는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쿨버스 타고 집 근처에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좀 있어 보이는 밥그릇을 발견했다!